⊙ 진짜 커버/스토리

커버 아트 담당자 이야기도 아니고,, 커버 디자이너 이야기도 아니고, 전체 총괄 디자이너 이야기도 아니고, 라나 델 레이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베스트/워스트에 해당하는 앨범도 아니고...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해보고 싶어 글 제목을 이렇게 써버렸다. 까짓 거, 어차피 내 마음인데 별점 도장이나 꾹꾹 찍어보자고.

 

당연하게 메인 앨범 커버가 있다. 거기에 더해 익스클루시브라고 표기한 '얼터너티브' 커버 아트 두 버전이 추가되었고, 타깃과 HMV에서만 배포한 진짜 '익스클루시브' 버전도 있다. 시간차를 두고 리팩을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그렇게 찍었다.

 

 

 

1. official cover

Lana Del Rey [Blue Banisters] (Polydor, 2021)

* photography : Neil Kurg

꾸준히 쓴다면 수십번 수십 번 남을 '개가 등장하는' 커버. 커다란 덩치를 한 개들이 차분하고 라나 델 레이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듯해 여러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개와 아티스트의 시선이 따로 놀아 집중이 되지도 않고 의도했겠지만 부정확한 색감도 애매하다. 아마, (심지어 리지 그랜트 Lizzy Grant 시절을 포함해) 라나 델 레이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만족도가 낮은 커버아트다. 

그래서 커버아트 점수는 5점 만점에 2점  [ ★★★★☆☆☆☆☆☆ ]

(이 점수를 포함해 이 포스트 속 점수는 모두 커버아트 점수다.)

 

 

 

2. Exclusive cover #1

자자, 정식 사진 찍기 전 웜업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찍었을 법한 사진. 음... 개들이 일어선 건 좋은데 둘 다 혀를 내밀고 있어 스냅 사진 이상으로 봐주긴 어렵다. 라나 델 레이 표정도 오피셜과 놓고 보면 너무 밝고 흔들린 듯 쨍하지도 않다. 이 사진 덕분에 오피셜 커버 사진이 너무 꾸민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덩달아 감점 요인 상승이다.

그래서 커버아트 점수는 역시 5점 만점에 2점  [ ★★★★☆☆☆☆☆☆ ]

 

 

 

2. Exclusive cover #2

아, 이거, 난감하네... 이번 앨범 관련 사진들이 왜 이렇지? 앨범 타이틀의 blue를 커버아트에 구현한 것은 좋다고 치자. 그런데 포토샵 초보가 윤곽선 따기 한 것 같은 엉성한 마감처리에 이도 저도 아닌 크롭은 정말 너무했다. 그 누구도 커버아트에 1픽셀만큼도 개입할 수 없음!이라는 조건이 붙기라도 했나? 제시 웨어 Jessie Ware가 2020년에 발표한 [What's Your Pleasure?] (Virgin, 2020)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커버아트 점수는 5점 만점에 2.5점  [ ★★★★☆☆☆☆☆ ]

 

 

 

4. Target / HMV exclusive

내가 익스클루시브 버전 담당이라면, 오피셜 메인 커버나 얼터너티브 커버 아트를 쓰느니 차라리 단색으로 칠하고 아티스트와 앨범 타이틀을 타이포그래피로 처리하겠다고 말하겠다. 독점 버전 스티커를 더 화려하게 만들면 더 눈에 띌 테니까. 그렇지만 포토 세션 중 쓰고 남은 사진을 쓰는 걸로 협상 종료되었나 보다. 일단 표정도 좋고 시선도 좋고, 머리에서 발까지 이르는 자세 배치도 (그나마) 좋은 편. 그런데 이 커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사진 일부를 태운 듯한 필터를 쓴 것도 아닌 윗 부분의 어정쩡한 마감은 말을 잃게 만든다.

그나마 다른 버전보다 낫다고 생각해 커버아트 점수는 5점 만점에 3점  [ ★★★★☆☆☆ ]

 

 

 

한줄 요약 :

이번 앨범 커버아트는 (버전을 막론하고) 라나 델 레이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형편없다.

 

 

 

 

 

 

 

- 그나저나, 이것저것 몇 마디 중얼중얼.

 

- 라나 델 레이의 정규 앨범이 벌써 여덟 번째라니 엄청난 속도다. 2010년에 첫 풀렝스 앨범을 발표한 이후 거의 1.5년에 한 장 정도. 올해 3월에 발표한 일곱 번째 정규 앨범 [Chemtrails Over The Country Club]에 이어 한 해에 정규 앨범을 두 장이나 발표했다. 하지만 [Chemtrails Over The Country Club]이 2020년 예정이었는데 LP 제작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해를 넘겼으니 최소 1년에 한 장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도 (불안할 정도로) 대단한 속도다.

 

- 발표하는 앨범들이 꾸준히 좋은 평을 받고 있으니 다행이다. 데뷔 초반 라이브 무대에 쏟아진 그 어마어마한 비난을 생각하면 단 한 번의 라이브를 끝으로 음악 인생이 끝난 오리의 미국 버전이 될 뻔했다. 그걸 넘어서 지금까지 왔다. 라이브 비난에 열을 올리던 상황에 맞선 내 지지도 0.000000001 g 정도는 도움 되었길 바란다.

 

- 이번 앨범 발표 전에 공개한 싱글 <Text Book>에서 보듯 남자들이 내 등에 칼을 꽂곤 했지만 당신은 아님. 난 Black Matter Lives를 지지하는 그런 여자임. 이런 식의 묘한 비약으로 가끔 혼란스러운 가사는 문학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일일 게다. 그 자신감이 음악을 집어삼켜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아, 그리고, 커버아트 찾다 봤는데, 카세트테이프가 23달러란다 [오피셜 쇼핑몰에서 확인해보기]. 라나 델 레이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도 다 그럴 것 같은데... 2만5천원짜리 카세트테이프라니... 아날로그 감성팔이가 도를 넘었다. 재생을 위해서 산 것도 아니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위해서 사는 건데 비싸면 어때?라고 말할 팬도 있겠다. 그렇지... 살 만한 여유가 있고, 살 만한 애정이 있는데... 그 정도 가격쯤이야 어때...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난 안 산다. (이젠 다 팔려 사고 싶어도 못사는 상황.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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