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킬링 트랙이길 바랐던 케이티 턴스톨 KT Tunstall 참여곡 <We're All Just Trying To Get By>는 제목만 거창했(고 음악은 데이빗 보위 David Bowie 같았)고, <More Kick - A Long Day's Journey Into Night...Life>는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100% <When The Levee Breaks>와 35% <Rock And Roll>을 조립했다. 그동안 로저 테일러는 솔로 앨범에서 과거 록 뮤지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레드 제플린이든 데이빗 보위든, 내가 새 앨범에 만족하지 못했을 뿐 로저 테일러에게 뜬금없는 일은 아니다.
앨범 커버만 보면, 올해(2021)의 커버 아트에 올릴까 (잠깐) 생각했다. 부드러운 색감, 동양화 같은 여백에 마음을 (잠깐) 빼앗겼다. 가만, 커버 일러스트를 타이거릴리 테일러 Tigerlily Taylor가 그렸다고? 타이거릴리 테일러는 로저 테일러의 딸이다. 하지만 애매한 절벽의 높이, 색감 말고 상상을 자극할만한 무언가가 없다고 판단해 그 계획은 폐기했다.
* graphics, artwork by Michał Karcz 그러니까, 내가 원했던 절벽의 높이는 대충 이 정도다.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한 높이... 등장인물이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의 옆을 지키는 개, 북릿의 뒷면 또는 백커버에서 만날 수 있는 (고장난?) 비행선, 그리고 우주의 넓이와 깊이를 가늠하며 명상에 잠기도록 만들어주는 우주의 소리 같은 음악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높이가 주는 위압감이나 긴장이 없는 절벽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비트윈 인터벌의 음악이 지향하는 건 긴장보다는 이완이다. 커버아트를 담당한 폴란드 출신 디지털 아티스트 미하우 카르치는 늘 그랬듯 SF적 상상력을 이 앨범 커버아트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