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절벽, 끝

2022. 2. 25. 02:00

Roger Taylor [Outsider] (EMI, 2021)

* artwork concept : Roger Taylor | artwork design : Richard Gray | front cover illustration : Tigerlily Taylor

오랜만에, 거의 10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로저 테일러. 클래식 록 매거진 Classic Rock Magazine이 로저 테일러가 뜻밖에도 이번 앨범으로 커리어 하이 앨범을 발표했다고 격찬했지만, 그 정도로 열광할만한가 싶다.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네 개 줘놓고 흥분하는 건 로저 테일러 먹이는 거 아닌가?

아무튼! 킬링 트랙이길 바랐던 케이티 턴스톨 KT Tunstall 참여곡 <We're All Just Trying To Get By>는 제목만 거창했(고 음악은 데이빗 보위 David Bowie 같았)고, <More Kick - A Long Day's Journey Into Night...Life>는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100% <When The Levee Breaks>와 35% <Rock And Roll>을 조립했다. 그동안 로저 테일러는 솔로 앨범에서 과거 록 뮤지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레드 제플린이든 데이빗 보위든, 내가 새 앨범에 만족하지 못했을 뿐 로저 테일러에게 뜬금없는 일은 아니다.

앨범 커버만 보면, 올해(2021)의 커버 아트에 올릴까 (잠깐) 생각했다. 부드러운 색감, 동양화 같은 여백에 마음을 (잠깐) 빼앗겼다. 가만, 커버 일러스트를 타이거릴리 테일러 Tigerlily Taylor가 그렸다고? 타이거릴리 테일러는 로저 테일러의 딸이다. 하지만 애매한 절벽의 높이, 색감 말고 상상을 자극할만한 무언가가 없다고 판단해 그 계획은 폐기했다.

 

 

 

Between Interval [Legacy] (Spotted Peccary, 2017)

* graphics, artwork by Michał Karcz
그러니까, 내가 원했던 절벽의 높이는 대충 이 정도다.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한 높이... 등장인물이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의 옆을 지키는 개, 북릿의 뒷면 또는 백커버에서 만날 수 있는 (고장난?) 비행선, 그리고 우주의 넓이와 깊이를 가늠하며 명상에 잠기도록 만들어주는 우주의 소리 같은 음악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높이가 주는 위압감이나 긴장이 없는 절벽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비트윈 인터벌의 음악이 지향하는 건 긴장보다는 이완이다. 커버아트를 담당한 폴란드 출신 디지털 아티스트 미하우 카르치는 늘 그랬듯 SF적 상상력을 이 앨범 커버아트에 담았다.

음악은 밴드캠프에서 들어보길.

 

 

 

All India Radio [Utopia 2021] (Not On Label, 2022)

* album art by Steve R Dodd
비트윈 인터벌의 커버 아트를 그대로 모방한 것 같은 올 인디아 라디오의 2022년 최신 앨범. 커버아트에 조금 더 이야기를 집어넣었는데 오히려 산만한 느낌을 준다.

재미있게도, 커버 아트와 함께 음악도 비트윈 인터벌과 유사하다. 여기서 잠깐! 경력으로 따지면 올 인디아 라디오의 음악 경력이 훨씬 앞서 있고, 음악 스타일 역시 훨씬 이전부터 이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어설픈 모방은 결코 아니다.

역시, 음악은 밴드캠프로.

 

 

 

 

 

 

 

뜬금없이 시작한 절벽,

끝.

 

 

 

 

몇 마디 추가하고 잤는데, 아침이 될 때까지, 이렇게 성의 없는 커버/스토리는 처음이라며 끙끙 앓았다. (정말? 정말이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이 커버를 넣어야지 생각해둔 커버를 빼먹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수정을 눌렀다.

 

 

 

Hawkwind [Warrior On The Edge Of Time] (United Artists, 1975)

* art direction, artwork : Comte Pierre D'Auvergne, Eddie Brash

영국 스페이스 록 밴드 호크윈드의 1975년 앨범. 기사 커버/스토리를 위해 빼놓았을 건데, 여기에도 적절한 듯해 집어넣는다. 이 커버아트까지 보고 나면 절벽이 위험한 곳이라기보다 마치 망루처럼 먼 곳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고 해도 되겠다.

 

이제 진짜 절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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