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파열 破裂

2006. 8. 13. 01:41
안에서 뭔가 쨍-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다음에는 뒤에서 뭔가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멍해졌던 그 날.

더이상 움직일 수 없는 카드만 남아있는 프리셀만 애꿎게 나의 불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건 불만이 아니다.
이제야 결정난 것이지.
분노로 내 속에서 뭔가 깨진 것은 아니었고, 충격으로 내 뒷머리가 멍했던 것도 아니었다.

따져보면...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이 아니라 이미 겪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니 너무 늦은 셈이다.




100번째 윈도 라는 타이틀을 단 매시브 어택 Massive Attack의 2003년 앨범 「100th Window」(Virgin, 2003).
내부에서 시작된 폭발이 외부로 방출될 때 모든 것이 산산조작나는 이미지를 담은 이 앨범 커버는 굉장히 충동적이다. (이 충동에 대해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커버의 느낌을 이제야 실감하는 중이므로.)
윈도로 대표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의 상징, 그리고 오직 넷을 타고 이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들의 감상을 담은 앨범이라고 했다. 인터넷이란... 선 하나로 이어진 비극이기도 하지만, 선으로나마 이어질 수 있는 이에게는 희극이다.
하지만 컴퓨터를 끄거나 전원이 차단되면 연결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명백한 불안이다.
이 커버 사진을 찍은 닉 나잇 Nick Knight은 영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포토그래퍼.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 작업을 했으니, 이것도 이후에 별도로 다뤄볼 생각이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와 조명 세팅이 부클릿 안쪽에 있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날 때... 이 이미지에 대한 설명은 할 필요가 없겠다.
분노인지, 절망인지, 열정인지, 환희인지... 그런 것이 아니라면...
확실한 것은 이제 더이상 온전한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




이 블로그에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오프스프링 Offspring의 최근 앨범 「Splinter」(Sony, 2003).
아직 단 한번도 가사를 확인해본 적이 없는 <Hit That> 때문에 자주 꺼내듣는다.
이 앨범 커버는 오프스프링의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스톰 소거슨 Storm Thorgerson이 참여했다. 스톰 소거슨이라면 몇번 다룬 적이 있으니 어떤 앨범 커버를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겠다. (조금 나중에 스톰 소거슨의 최근 앨범 커버에 관한 이야기를 할 텐데, 그때 언급할 밴드를 미리 이야기하면 오디오슬레이브 Audioslave와 뮤즈 Muse다.)
스톰 소거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은, 물론, 프로그레시브 롹 밴드에게 잘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때문이다.
아, 스톰 소거슨과 함께 피터 커즌 Peter Curzon과 댄 애보트 Dan Abbott가 공동참여했다.
미술에 문외한이라 이게 누구인지 모르겠다. 시저?
미술학도에게는 엄청난 표정이겠지만 일반인인 내게는 밋밋한 표정의 저 석고상은 무엇 때문에 폭발하고 있을까? 그저 이 커버도 단순한 이미지일까?
오프스프링의 음악과 연결한다면 "내 슬픔은 내 노래가 되지"라고 노래하는 <Race Against Myself>에서 구상한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
혹시 참을 수 없는 두통?




고트프리트 헬른바인 Gottfried Helnwein이 그린 인상적인 이 커버 이미지는 스콜피온스 Scorpions가 2001년에 발표하는 어쿠스틱 라이브 앨범 「Acoustica」(EastWest, 2001)에서 재활용되었다. 정반대의 이미지로.
마이클 솅커 Michael Schenker가 떠난 스콜피온스의 음반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앨범 「Blackout」(Mercury, 1982)의 커버도 오늘 주제에 어울릴까?
아니, 그렇지 않다.
내 안 어디에서 파열된 이미지가 아니라 그를 구속하는 속박을 깨뜨리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오늘 이야기는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깨질듯한 두통이 왔다 지나간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났기 때문일까?
그래도, 달라질 것은 없다. 아주 오랫동안 난 이 모습이었으니까.
내 안에서 무엇인지 모르지만 파열된 것은 분명했다.
며칠 동안 멍하게 지냈으니.
바보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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