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가장 최근 결혼식이 언제였더라. 3월?

다른 직종으로 옮긴 지 2년이 넘게 연락이 없던 P가 전화를 했다. 같은 일을 할 때에는 편하게 일했는데 일이 달라져서 연락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랜만에 온 연락이라면 안부를 묻기 위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십중팔구 결혼이다. P도 그랬다. 오랜만에 연락했는데 결혼 소식이라며 미안해하는 그에게 꼭 가겠다고 했다. (내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았다는 것에 인간적인 고마움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모처럼, 정말 모처럼, 늦지 않게 도착한 결혼식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냥 갈까 생각했다가 밥은 먹고 왔다.
축의금을 받는 이는 그다지 휘갈겨 쓰지도 않은 나의, 그다지 어렵지 않은  한자 이름을 몰라 안절부절해 했다. P가 결혼식이 끝나고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건 그 역시 그다지 휘갈겨 쓰지도 않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내 한자 이름을 읽지 못해서인 것 같다. (그런데..... P는 국문과 출신이다.) 식이 끝난 지 두달 쯤 뒤에 그가 일하는 직종에 관해 물을 일이 생겨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다. 그 사이에 내 전화번호가 지워진 모양이다.

또 다른 P 역시 결혼식장에서 주인공인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요즘도 종종 마주치지만 와줘서 고맙다는 입에 발린 소리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 그의 결혼생활을 묻지 않는다. P의 사생활을 알 필요는 없으니까. 예의상 오라고 한 거였을 테고, 예의상 간 거니까 큰 불만은 없다.

그러고 보면, 꽤 많은 결혼식장에 가봤지만 함께 사진을 찍은 게 지금까지 두 번 정도다. 사진 찍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혼식장 사진이 출석부 대용이라 더더욱 찍지 않는다. 안 간 걸로 치라고 하지, 뭐. (봉투도 있고, 방명록도 있잖아.)





결혼 사진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존 레논 John Lennon이 비틀즈의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오노 요코 Yoko Ono와 함께 만든 세 장의 앨범 가운데 마지막 앨범 「The Wedding Album」(Apple, 1969. re-issued Rycodisk, 1997)의 커버다. 음악은...... 권할 가치는 별로 없다. 존 레논이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졌다면, 이 정도라면 모를까.
이 사진은 결혼식 사진은 아니지만, 일단 웨딩 앨범이라는 제목을 의도적으로 배치했으니까, 웨딩드레스 삼아 제일 처음으로 올려놓았다.

사실 이번 커버/스토리의 주제는 결혼식이 아니라 웨딩드레스였다. 그런데 시작 무렵의 공개하기 낯 뜨거운 일기 때문에 드레스가 아니라 웨딩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쯤 해서 추스르고 처음에 생각했던 웨딩드레스에 대한 이야기로...




늘 들어야지 들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플레이시키지 못하는 펄프 Pulp. 자비스 카커 Jarvis Cocker의 솔로 앨범은 잘 듣겠는데, 이상하게 펄프는 집중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 브릿팝이라는 단어를 오토튠이라는 단어만큼 끔찍하게 생각했던 그 때가 생각나서일 게다. 그래도 어떻게든 다시 들어보겠다며 대부분 딜럭스 에디션으로 교체해놓았다. 언젠가 듣겠지.
오늘의 주제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웨딩이자 웨딩드레스를 이야기하기에는 좋은 앨범 「Different Class」(PloyGram, 1995). 양가 가족들이 모두 모인 사진인데, 지나칠 정도로 전형적인 웨딩드레스다. (펄프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의도를 설명하려면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다.)




토리 에이모스 Tori Amos의 1998년 앨범 「From The Choirgirl Hotel」(Atlantic, 1998)에서 싱글로 커트한 <Jackie's Strength> 커버에서도 웨딩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등장한다. 토리 에이모스다. 결혼에 대한 토리 에이모스의 철학을 담고 있는 곡인 만큼  뮤직비디오의 스틸샷으로 구성한 싱글 커버에 등장한 웨딩드레스는 무척 불안해보인다. 웨딩드레스의 전체 샷을 보려면 싱글 CD에 함께 포함된 뮤직비디오를 봐야 하는데, 유튜브와 워너뮤직 사이의 계약 문제 때문에 이 곡의 뮤직 비디오를 링크하지 못했다.




마돈나 Madonna의 히트 앨범 「Like A Virgin」(Sire, 1984)의 커버. 제목부터 내용까지 두고두고 마돈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 곡을 좋아하는 팬들이 더 많아지면서 마돈나는 신디 로퍼 Cyndi Lauper를 물리치고 80년대 최고의 팝 보컬 자리에 올라섰는데......
뮤직 비디오를 본 기억은 나는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겟다. 마돈나의 웨딩드레스는 가장 섹시한 웨딩드레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가장 산만한 느낌을 주는 웨딩드레스다.


Tom Barabas / Wedding In Heaven
검색을 통해 찾은 커버.
헝가리 출신으로 베네수엘라에서 공부한 뒤 미국에 정착한 재즈 피아니스트 탐 바라바스 Tom Barabas가 1999년에 발표한 피아노 연주 앨범 「Wedding In Heaven」(Sondings Of The Planet, 1999)의 커버다.
탐 바라바스가 이 앨범을 아내 베아(트리스)에게 바쳤다는 걸 생각하면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를 알 것 같다. 앨범 커버는 무척 아름답다. 천국에서 치르는 결혼식은 웨딩드레스가 필요없는 모양이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웨딩드레스이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커버다.





요즘 커버/스토리와 일기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지.



[추가: 2009. 10. 06]

Duran Duran / The Wedding Album (1993)
듀란듀란 Duran Duran의 앨범은 딱 「Notorious」(Capitol, 1986)에서 멈췄네요. 밴드 내분으로 듀란듀란과 아카디아 Arcadia로 나눠졌던 시절에 나온 그 앨범을 끝으로 듀란듀란은 한참을 듣지 않았습니다. 듀란듀란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기보다는 이 무렵부터 프로그레시브 록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팝은 물론이고 헤비메틀에서도 손을 떼기 시작했던 시기였거든요. 2000년에 발표한 「Pop Trash」(Hollywood, 2000)부터 다시 듀란듀란을 듣기 시작했군요.
제 음악감상에서 듀란듀란 공백기인 1993년에 발표되었던 「Duran Duran」(Capitol, 1993)입니다. 1981년의 데뷔 앨범에 이은 두번째 셀프 타이틀 앨범이라 1993년 앨범은 'The Wedding Album'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앨범 커버 속 사진들은 듀란듀란 멤버들의 부모님 결혼사진이라고 하네요.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결혼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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