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보호색과 착시는 동물의왕국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는 소재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고, 아주 작은 생물부터 커다란 몸집의 생물까지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당신은 이렇게 아둥바둥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이다, 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외면적인 보호색보다 마음을 숨기는 방법이 있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다.
말 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몽구스 「Dancing Zoo」(Beatball, 2005)

몽구스의 앨범커버는 어지럽지만 음악은 어지럽지 않다.
춤추는 동물원...... 과격하게 춤 추면 어지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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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하드록 밴드 지브라 Zebra는 밴드 이름부터 얼룩말을 내세우고 있어, 앨범 커버에서도 당연히 얼룩말이 등장할 것 같아서 찾아봤더니 역시나다. 1990년에 발표한 라이브 앨범 「Live」가 명반 대접을 받고 있었지만, 그 무렵 내 음악 취향과 멀어서 듣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잘 모르는 밴드.

이들이 얼룩말을 채택한 것은 무언가를 숨기겠다는 의도보다 경쾌하게 달리는 말의 이미지에 좀더 이색적인 얼룩말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드록은 언제나 경쾌했으니까.


I Pooh 「Amici Per Sempre」(Warner, 1996)

70년대까지는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였는데 이 앨범을 발표할 무렵에는 완벽한 팝 그룹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위키의 첫 줄에 써 있듯 1966년에 결성한 밴드가 지금까지 활동하며 이탈리안 록 밴드 가운데 최장수 그룹으로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푸 I Pooh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겠다.
70년대의 애틋함과 거리가 먼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치 이게 뭔가요? 싶었던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Emerson Lake & Palmer의 「Love Beach」(1978)가 생각난다. 의상이며 컬러며 촌스러운 웃음이며...... 그러고 보니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시작해 팝 그룹으로 변한 모습까지도 ELP와 푸가 닮았다. (ELP에게 불행중 다행인 건 「Love Beach」가 '유일한' 팝 앨범이라는 점.)

90년대라 이탈리아에서도 많은 뮤직비디오가 제작되었고, 푸 역시 앨범 타이틀 곡 <Amici Per Sempre>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즐거워보이는 아저씨들이 "영원한 친구"를 노래하는데, 사실 앨범 커버의 얼룩말이나 뮤직비디오 속 얼룩말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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