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복원 불가

2013. 7. 15. 07:44



정말 신기하게, 열심히 사용하지 않았는데 10년도 더 지난 시절에 가입하고는 팽개쳐버렸던 ICQ#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이시큐는 대단했지만 불편했다. 글자를 치고 "보내기"를 눌러서 전송을 시켜줘야 했다. 양손을 사용해 컨트롤 키를 누르고 엔터를 치면 전송이 되었던가? 아무튼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한번 더 클릭을 하거나 두 손을 써야 했다. 그 무렵 MSN이 등장했다. ICQ에 비하면 MSN은 혁명이었다. 엔터만 쳐도 메시지가 전송이 되는 MSN은 순식간에 표준이 되었다. 잘 나갈 것 같던 ICQ는 성장을 멈췄다.

ICQ#를 확인해보고 싶어진 건, 앱을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ICQ 앱 때문이었다. 회원번호를 복원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옛날의 그 ICQ가 아닌가보다. 내가 기억하는 9자리 숫자는 복원 불가다. 메시지를 더 정확히 해석하면, 회원번호가 아니라 회원번호를 확인시켜줄 비밀번호를 복원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내 ICQ 비밀번호는 복원할 수 없고, 그래서 회원번호가 살아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어떤 게 문제가 되었더라도, 결론은, 복원불가다.

실수로 포맷을 눌러버린 후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깔았다 지웠다 한 HDD는 복원하기 쉽지 않다. 두 번은 봐주겠지만 똑같은 실수를 세 번째 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복원하기 어렵다. 엎지른 물도 복원할 수 없다. 박살난 스마트폰 액정은 다른 부품을 사용해 복원할 수 있다. 한 귀퉁이가 떨어져나간 신라시대 유물도 복원할 수 있다. 트레이 깨진 CD 주얼 케이스는 복원할 수 있다. 임시저장하지 않음 옵션을 주고 작업하다 정전이 되어 날아가버린 아래아한글 문서는 복원할 수 없다.

ICQ가 별걸 다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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