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2021. 9. 22. 22:22

CHVRCHES [Screen Violence] (EMI, 2021)

* Cover photography by Lary 7

올뮤직 가이드 별도장을 완전히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커버/스토리용 기초자료로 사용하니 자주 그들의 평점을 거론한다. 혹시 눈여겨봤다면 알 만한 사실 하나는 이 별도장이 고정되지는 않고 슬쩍슬쩍 바뀐다는 점. 당연하다. 발표 초기에 지나치게 열광한 상태에서 내린 높은 평점이나 진가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성급하게 내린 낮은 평점 등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바꿀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명반/똥판으로 서서히 정착된다.

처치스의 새 앨범 [Screen Violence]를 향한 올뮤직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반이다. 2013년에 발표한 첫 앨범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에 별 다섯 개 쾅쾅 찍어준 거에 비하면 낮지만, 요즘 유난히 평점을 높게 주는 경향을 감안해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앨범 발표 전에 공개한 싱글 <How Not To Drown>에 작곡과 보컬로 참여한 큐어 The Cure의 로버트 스미스 Robert Smith가 평소와 다르게 건조하고 날카로운 보컬을 들려준 건 이번 앨범에서 나를 자극한 포인트. 음악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어질 정도로 힘들게 살던 시절, 그러니까 처치스 결성 직전의 힘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앨범 커버의 손을 보는 순간 사다코(?)가 떠올랐고, 앨범 제목 때문에 히치콕의 '사이코'가 생각났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앨범 커버 느낌이 들어 괜히 The 1975가 발표한 앨범들을 뒤적거렸다. 끝내 비슷한 커버를 찾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꿔 손 말고 팔로 치자며 뒤로 미뤄놓았던 '팔'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팔로 치자고 했는데, 팔이 맞긴 한가, 혹시 손이면 어쩌나 싶어 팔을 검색했는데, 음... 앨범 커버 속 길이면 좀 애매하지만 손보다 팔에 가까운 것 같다. 다행이다.

 

 

덕분에 자신감에 충만해졌고, 그 기분에 꺼내놓는 팔 커버들.

 

 

Nicole Atkins [Italian Ice] (Single Lock, 2020)

* Package design & Layout by Tom Bejgrowicz | Front & back cover photo by Barbara FG

본국 미국에서도 그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첫 앨범 [Neptune City] (Columbia, 2007)가 꽤 좋은 팝 앨범이었는데 반응이 거의 없었던 니콜 앳킨스의 최근 앨범이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는지 앨범 발표 때마다 레이블이 바뀐다. 그나마 이 앨범은 전작과 같은 레이블. 핑크 플로이드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니콜 앳킨스 스타일 팝으로 변)하는 톱 트랙 <AM Gold>부터 좋다. 제일 위 주사위가 1번이다. 톱 트랙이 끝내준다고 자랑하려는 거 아닌가? (이렇게 음모론에 빠지면 별 걸 다 갖다 붙인다. 흐.) 그나저나 두 번째 트랙 <Mind Eraser>의 꿈틀거리는 환각 사운드로 이어지니, 이거 사이키델릭 팝 또는 프로그레시브 팝이다.

 

 

Bishop Briggs <Higher>(Island, 2020) from the single forthcoming album

이번에도 2020년 음반 커버다. 아마도 2020년 무렵, 팔 관련 글을 쓰려고 준비했나보다. 아니면, 팔 커버 관련 글을 쓰고 남은 커버들이거나. 2020년 발표한 비숍 브릭스의 싱글 커버. 내가 듣기에 <We Will Rock You>(엉? 했다면 맞다. 바로 그 노래다. 쿵쿵짝~ 쿵쿵짝~)의 커버는 너무 밋밋한 실패작이다. 하지만 이어진 이 싱글 <Higher>는 긍정 에너지가 충만하다. 가수에게나 듣는 이에게나.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양 손은, 문신으로 파악해보건대, 비숍 브릭스의 팔 맞다.

 

 

SONN [Something, Safe] [EP] (2020)

지난해 스물한 살이었다고 했으니, 올해는 스물두 살인 인디 일렉트로닉 뮤지션 손의 데뷔 EP. 어디선가 커버를 보고 저장해놓았는데, 그 이후 정보 찾기가 어려워 포기했다. 앨범 커버아트에 대한 정보는 손의 인스타그램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시물 클릭만 하면 로그인하라고 뜨는 바람에 정보 찾아 붙이는 건 포기했다. 팔 이야기답게 슬쩍 보여준 문신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으련만, 덩달아 포기. 레이블 정보 찾기도 포기. 유튜브에서 노래 한 곡은 들었지만 전곡 듣기는 포기.

 

 

Noirless [Choices] [EP] (Sorge Records, 2018)

* Photography, layout, design by Fikri Arifin

인도네시아 뮤지션인데... 어떻게 읽나... 누아르리스? 누아리스? 누아르 없는? 그 누아르 맞나? 음. 모르겠다. 그럴 땐 넘어가자. 2018년을 며칠 남기지 않은 12월 말 무렵 데뷔 EP를 발표했는데, 큰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누구나 큰 반응을 기대하지만 모두 그럴 수는 없다. 너무 적당한 록 음악. 들어보고 싶은 누군가를 위한 밴드캠프 링크를 걸어주는 걸로 설명을 대신한다.

앨범 커버는 누아르 분위기 없는 깔끔 그 자체다. 아니면 (←) 이렇게 생각하게 해 놓고 뒤를 탁 쳐버리는 반전의 묘미를 위해 크롭 했을지도 모를 일. 영화라면, 저 손을 찍고, 팔을 찍고, 카메라가 상체로 이어지는데 똑똑 떨어지는 새빨간 피,를 따라가는데 흰 침대가 빨갛게... 아.. 유치한 클리셰. 밴드명을 보라. 누아르가 없다지 않은가. 그러니 팔까지만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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