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재즈 트럼페터, 보컬, 퍼커션, 작곡 등등 파트를 오가지만 주로 작곡과 트럼펫을 연주하는 에마 진 대크레이가 2020년에 발표한 EP.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보면 한국과 큰 연결점을 찾을 수 없는데, 앨범 커버아트에 한글을 사용했다. 한자 음양은 Yin / Yang이라고 적는데 한국어 발음 그대로 Um / Yang이라고 적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한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만든 커버아트라고 추정한다.
한국에도 이렇게 요상한 그래픽 아트를 커버에 넣는 뮤지션이 있었나 싶을 텐데, 사사미 Sasami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 싱어송라이터다. 이 앨범은 두 번째 앨범.
커버에 "스퀴즈"라고 적어놓았으니 한국과 인연이 있나보다 생각할 만하다. 맞다. 어머니가 재일동포의 후손이라고 한다. 한국인 피가 흐르고 있다, 정도. 데뷔 앨범 [Say It] (Domino, 2019)는 인디 록 뮤지션 같았는데 이 두 번째 앨범은 커버만큼 요상하다. 공식 설명은 "뉴메틀에서 컨트리팝, 포크록, 클래식까지"라고 적었다. 복잡하다. 내가 주로 가는 커뮤니티의 댓글을 보면 "제발 뉴메틀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팬이 보인다. 음악은 밴드캠프에서.
사실, 난 이런 커버아트를 무척 싫어한다. 요즘 이렇게 요상하게 비튼 그래픽 아트 커버를 자주 보는데,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데스메틀 밴드처럼 피가 튀고 창자가 보이고 뼈다귀 굴러다니는 노골적이지만 솔직한 커버라면 오히려 참을 수 있다. 이런 그래픽 아트 커버를 두고 워스트 커버아트를 따지자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 art direction, design : Enny Joo | photography : Joseph Cultice
보이밴드 조나스 브러더스 앨범 커버에서 발견한 "타다"라는 글자는 한글을 쓰는 입장에서 흥미로웠다. 누군가는 뿌듯해했겠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뿌듯할 것까지야 싶겠지만, 이들이 당시 최고 인기 밴드였다는 사실, 그리고 첫 싱글이자 그 무렵까지 밴드에게 최고 성적을 안겨준 히트 싱글 <Burnin' Up>을 한글 제목으로 적어줬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을 수밖에.
그런데 왜 한글 제목을 적었을까? 간판 제목처럼 디자인한 영문은 모두 노래 제목이다. 한국계 피가 흐를 것 같은 이름인 디자이너 에니 주가 독단으로 한글을 썼다고 보긴 힘들지만,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그때 조나스 형제들이 한국과 무슨 연관이 있었던가? 고작 10여 년이 지났는데, 모두 흐릿해졌다. 뭔가 있긴 했겠지.
오래전 앨범부터 따지면 한글을 사용한 커버를 많이 찾을 수 있을 텐데, 오늘은 여력이 없다.